1:1

회사 생활을 오래 했지만, 그 이전에는 개인기 위주의 용병과 같은 생활을 했다고 하면,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제대로’ 해 본 건 10년 차가 지나 큰 회사인 구글에 들어와서라고 할 수 있겠다. 아이러니하지만, 큰 회사에 들어와서 제대로 배운 것 중 하나가 1:1이었는데, 오늘은 이와 관련된 기억들.

vs 면담

일단 1 vs 1 아님. 초보 영어 시절에 ‘versus’를 쓰려 해서 주의가 많이 필요했더랬다. 영어로 가볍게(?) 원오(ㄴ)원. 그 이전 회사에서 혹은 더 이전 학교에서 비슷한 경험은 ‘면담’인데, 대체로 1:1 면담들은 좋지 않았던 기억이어서 처음에 적응하는 데 꽤 부담감이 있었다.

다양한 형태의 용건이 있는 면담을 퉁쳐서 1:1이라 부른다. 주로 할 이야기가 많은 매니저와 리포티 사이에서 일어나고, 그 이외의 상황에서도 용건이 있을 경우, 만나서 혹은 얼굴 보고 이야기하고 싶을 때 신청한다. 갑자기 1:1이 생기거나 잡히면 흠칫하는 건 어쩔 수 없기도 하겠다. 대개 갑자기 잡히는 1:1은 안 좋은 일이긴 했었다.

어디까지가 교육의 일부였는지, 다녔던 구글만 딱 그랬었는지 모르겠지만, 좋았던 기억들을 몇 개 담아 본다.

좋았던 것들

1. chat 혹은 메일로 신청을 하면 꼭 대답이 왔었고, 반대의 경우 꼭 답을 주려 노력했다. 아쉬운 일이 있어 신청하게 될 때 상대방 시간대에 맞추는 것도, 그 결과로 업무 바깥 시간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높은 사람 혹은 바쁜 사람의 경우 전담 AA(Administrative Assistant)가 있어서 많이 도와주기도 했었다. 경기가 좋던(?) 시절에는 출장의 사유가 되기도 했었다.

2. 규칙적인 미팅들은 최대한 시간을 맞추려 했고, 우선순위를 높게 두었었다. Direct report는 weekly, skip report는 4주 or 6주로 이야기를 나누려 했었다. 처음에는 어색하더라도 신뢰가 필요한 사이라면 주기를 짧게 가져가는 게 좋았겠다. 내가 매니저가 되기 전까지 당시 매니저가 높은 사람이었어서 이걸 제대로 못 배웠지만, 다른 매니저에게 멘토링으로 배우긴 했었더랬다.

3. 규칙적인 미팅의 경우 rolling note를 두는 게 좋았고, 용건이 있는 미팅의 경우 노트를 남겨 확인하는 것이 좋았었다. 영어의 벽이 조금 낮아지는 부수 효과도 있었다. 대신 수신자를 최대한 제한해서 개인적인 이야기들, 누군가의 뒷담화 등은 둘만의 비밀로 두기도 했다. 미리 만들어서 미팅 전에 ping을 하는 경우도 있고, 짬짬이 정리해야 할 때 도움이 많이 되었다.

4. 다른 미팅들과 겹치지 않는 이야기를 나누는 게 좋았었다. 주간 미팅, 프로젝트 미팅 등에서 다뤄지는 이야기들은 최대한 겹치지 않으려 했었다. Direct report와 한 달에 한 번은 career path에 대해 같이 이야기를 나눈다든지, 개인적인 도움이 필요한 경우 서로 숙제처럼 알아봐서 업데이트해 가며 주고받는 그런 것들이 좋았다.

5. 화상 회의가 주는 이점도 있다지만, 개인적으로 물리적인 스킨십이 더 필요하다 싶었는데, 주변이 휑한 구글 미국 본사에서는 이 시간에 산책을 종종 했다. 캘리포니아 날씨에 걷는 게 꽤 refreshing했었고, 들어오는 길에 매니저가 손수 커피를 내려주던 기억도 있다. 한국에서는 아무래도 도시라 한계가 있었지만, 함께한 기억을 만드는 마음 씀씀이에 의미가 있다.

앞으로의 1:1

매니저와 리포티 사이의 1:1 내용에 대해서는 다른 포스트에서 다뤄보도록 하겠고, 리모트 퍼스트 세상에서 아무래도 낭만(?)은 이미 적어진 느낌이다. 회식이라는 문화가 거의 없는 미국에서는 짧은 시간이라도 같이 산책하는 것만큼 좋은 건 없다 하겠다. 한편으로 가끔씩 1:1 이 정말 필요한가에 대한 한국 회사들과 미국 회사들 사이에서는 현격한 차이가 있는 거 같다. 전반적으로 managing 이 한국에서 다르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이지 싶긴 한데..

다른 한편으로는 이제 오고 있는 agent 세상에서 어떤 기대가 있게 될까… 사람이 아닌 agent와는 ‘효율성’, ‘지적’ 등의 단방향 소통밖에 없게 되는 걸까 하면 걱정이 앞서기도 하고, 가끔은 어차피 나도 꼰대처럼 이미 단방향 소통을 하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흠칫 돌아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