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 Assessment
구글을 다닌 오랜 기간 동안 1년에 2번의 평가가 있었고, 거의 매년 다른 방법과 다른 조합들로 진행했던 기억이 있다. 거기에 조직 개편도 잦아서 내 팀은 그대로인데 내가 참석하는 매니저 회의의 멤버 구성이 달라지는 경우들도 많았다. 그래서인지 AI 시대인 지금 그때와 다르게 하고 있다고 해도 많이 놀랍진 않다.
한글로는 둘 다 평가이지만, assessment로 시작해서, evaluation으로 진행되는 게 보통인데, 그중 맨 앞 단계인 assessment에 대한 이야기들을 정리해 본다. evaluation은 다른 포스트에서 다뤄 보자.
평가 시즌의 시작 - Self assessment
평가 시즌의 첫 과정은 self-assessment 제출이었다. 개개인에게 맡겨진 첫 번째 숙제였고, 꽤 많은 회사가 그렇게 다양한 형태의 본인이 직접 쓴 보고서로 먼저 시작한다. 주로 그동안 했던 것들을 자랑할 기회로 삼게 되는데, 한땀한땀 얕은 영어로 적어 낸다. 기간 내에 굵직한 일이 있었으면 술술 써지고, 아닌 경우는 억지로 막 끌어 모으게 된다. 회사가 며칠간 마비되곤 하고, 마지막 제출일 즈음에서는 과부하가 걸리기도 한다. 매번 쓰고 나면 내가 한 게 고작 이건가 싶은 자괴감이 꽤 들곤 했었다.
매니저 역할을 하면서는 리포티의 self assessment를 본 후에 manager assessment라는 숙제를 받게 된다. 이때 꽤 많은 경우 기본적인 평가 초안(evaluation)을 반영하면서 이후 더 큰 전쟁인 calibration 에 쓰일 자료를 준비하게 된다. 리포티의 self assessment 가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되면 곤란하므로 이 과정에서 리포티와 이야기를 더 나누는 일도 자주 생긴다.
몇 가지 팁
먼저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평상시에 정리해 두면 도움이 된다. weekly snippets, 개인 OKR, 팀 weekly review들도 계속 있을 거고, CL(PR), Issue, launch calendar entry등도 마찬가지다. 자랑할 일이 생기길 기대하며 규칙적으로 준비해 놓아야 assessment를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 물론 잘 안 되는 거라는 거… 아주 잘 안다… —a
팀장 혹은 Tech Lead 의 경우 팀의 assessment 를 먼저 써서 공유하게 한다. 팀이 이룬 것과 개인이 이룬 것을 미리 나누는 효과도 있고, 개개인의 결과를 다른 팀과 이야기해야 할 때 authority를 지닌 내용으로 인용하면서 이야기할 수 있다.
레벨별로 expectation을 기준으로 적으면 좋다. 고레벨 개발자의 경우 코드보다 design doc 제안, 분석 등에 영향력이 있기를 기대하고, 저레벨 개발자의 경우 execution을 많이 잘 했던 것들을 address할 수 있을 것이다. 코드의 양, 테스트 케이스 추가 등의 자그마한 일들도 ‘빠릿빠릿함’으로 포장될 수 있겠다. autonomous까지 가는 게 대개 요구사항일 게다.
해당 리뷰 사이클에 프로모션이 걸려 있으면 진지하게 하고, 아닌 경우 lightweigh 하게 하도록 권장받기도 했다. 프로모션 케이스는 피어 리뷰도 세게 해야 할 거고, 서로 싸울 일이 많을 텐데, 나머지는 짧게 해서 이후 evaluation에 들어갈 에너지를 축적하도록 한다.
AI 시대에 assessment
아마 아예 이걸 안 하는 회사도 있을 테다. 극초기의 회사가 그럴 수 있고, 이런 과정에 들이는 에너지조차 본래 하던 일과 해야 하는 일들에 쏟도록 방침을 둔 회사도 있다 한다. 위의 과정들도 초고레벨 분들은 굳이 싶을 수 있겠다. 일 잘 하는 사람은 딱 보면 알잖아? 라는 말도 일리 있지만, 부작용 혹은 반작용으로는 대표 아래로 획일화되는 현상이 있을 수 있겠다.
사람보다 글을 더 잘 써 준다면, 내가 회사에서 하는 일들을 다 알고 있다면? assessment는 AI의 효율이 매우 높아지는 영역이리라. 한편으로는 과장하고 싶은 것이 알아서 걸러지는 효과도 있겠다. 일 많이 한 사람들과 아닌 사람들의 격차가 극명하게 갈리는 효과가 날 거 같아서 유용하겠다 싶으면서도 약간 숨이 막혀 오긴 한다. 1년 내내 assessment의 압박이 있는 모습이겠다.